← 목록으로
진격의 거인 2기(2017) 후기 — 동료의 얼굴을 한 적과 마주하다 시리즈 포스터

진격의 거인 2기 (2017)

동료의 얼굴을 한 적과 마주하다

★★★★★ ★★★★★ 4.5

by 10days1movie · 작성 2026-07-16

구분 시리즈
감독 아라키 테츠로
출연 가지 유우키(梶裕貴), 이시카와 유이(石川由依), 이노우에 마리나(井上麻里奈), 호소야 요시마사(細谷佳正), 사이토 소마(齋藤ソマ)
개봉/공개 2017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어드벤처, 판타지·SF
러닝타임 24분

함께 밥을 먹고 함께 훈련받던 동료가, 어느 날 벽을 부수던 거인의 정체였다면. 2기가 관객에게 들이미는 것은 바로 이 견디기 힘든 가정이다. 1기에서 거인은 벽 바깥에서 밀려드는 정체불명의 재앙이었지만, 이 시즌은 그 재앙이 줄곧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단순한 생존극이던 이야기는 그 순간 누구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더 깊은 물음으로 미끄러지고, 짧은 분량 안에서 시리즈의 무게중심이 결정적으로 옮겨 앉는다. 그 전환의 밀도만으로도 ★4.5는 아깝지 않다.

어떤 작품인가 — 동료의 얼굴을 한 거인의 정체

2기는 우티가르드성에 새로운 거인이 나타나는 사건으로 시작해, 곧 거인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로 빠르게 진입한다. 조사병단은 갑자기 출현한 짐승 거인과 마주하고, 동시에 벽 안에 숨어 있던 거인의 존재가 드러나며 인류가 믿어온 안전이라는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이 시즌의 핵심은 갑옷 거인과 초대형 거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인데, 그 정체가 에렌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시리즈가 던지는 도덕적 질문을 단숨에 복잡하게 만든다. 적을 미워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지만, 2기는 그 적이 동료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 미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숲속에서 화살통을 멘 수염 난 조사병단 노병이 동료를 마주 보며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장면, 진격의 거인 2기 스틸컷

연출 — 숲을 짓밟는 거인끼리의 육탄전

2기는 1기와 제작 환경이 달라진 흔적이 보이지만, WIT 스튜디오의 작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특히 거인의 숲에서 벌어지는 에렌과 갑옷 거인의 격돌 장면은 이 시즌의 백미다. 입체기동장치에 의존하던 이전의 전투와 달리, 거인끼리 맨몸으로 맞붙는 육탄전은 격투기 같은 무게감과 타격감을 화면에 불어넣는다. 두 거대한 몸이 숲을 짓밟으며 부딪히는 장면은 규모와 속도, 그리고 절박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아라키 테츠로 감독은 이 시즌에서 정보의 공개 속도를 영리하게 조율한다. 거인의 정체라는 핵심 비밀을 한 번에 터뜨리는 대신, 단서를 조금씩 흘리며 시청자가 의심하고 추측하게 만든다. 그 결과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충격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음악 또한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데, 절정의 전투에서 삽입되는 합창풍의 곡은 비극성과 장엄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연기와 캐릭터 — 죄책감 사이에서 무너지는 배신자

가지 유우키의 에렌은 이 시즌에서 분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물로 깊어진다. 믿었던 동료의 배신 앞에서 그가 느끼는 혼란과 무력함은, 단순한 복수심이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로 번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지 유우키의 목소리 연기는 절규와 침묵 사이의 진폭을 효과적으로 다루며, 특히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의 떨림이 인상적이다. 이시카와 유이의 미카사는 냉정함 아래 흐르는 두려움을 절제된 톤으로 표현하고, 이노우에 마리나의 아르민은 위기 속에서 판단을 내리는 인물의 긴장을 설득력 있게 소화한다.

이 시즌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는 배신자 측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호소야 요시마사가 연기하는 라이너는 적이면서도 죄책감과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무너져가는 복잡한 내면을 드러내며, 그의 흔들리는 목소리는 단순한 악역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물의 비극을 전한다. 동료들 사이의 관계가 한순간에 적대로 뒤바뀌는 순간, 배우들의 연기는 그 감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받친다.

거인의 숲에서 에렌 거인과 갑옷 거인이 풀숲을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맞서 대치하는 장면, 진격의 거인 2기 스틸컷

작품이 말하는 것 — 적과 동료를 가르는 선

2기가 던지는 질문은 명료하다. 적과 동료를 가르는 선은 어디에 있는가. 거인이라는 외부의 괴물과 싸우던 이야기가, 그 괴물이 사실은 인간이었고 심지어 가까운 동료였다는 사실 앞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옮겨간다. 누군가를 미워하려면 그가 악해야 하지만, 그에게도 지켜야 할 무언가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그 미움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진격의 거인은 이 시즌에서 선과 악의 이분법을 의도적으로 허문다. 그 모호함은 불편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시리즈를 단순한 배틀물과 구별 짓는 핵심이다. 2기는 이후 시즌들이 본격적으로 파고들 회색지대의 입구를 연다.

평점과 평가

진격의 거인 시리즈는 IMDb 기준 9. 애니메이션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2기는 1기에 비해 분량이 짧지만 서사의 밀도와 정보 공개의 충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거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전개와 거인끼리의 육탄전이 호평의 중심에 있다. 다만 시즌 길이가 12화로 줄어 일부 시청자에게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시즌이 마무리된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눈 덮인 절벽 위에서 석양을 등진 채 마주 선 두 인물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바라보는 장면, 진격의 거인 2기 스틸컷

총평

진격의 거인 2기에 ★4.5를 준다. 분량은 짧지만 이 시즌이 시리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거인의 정체라는 핵심 비밀이 풀리며 세계관은 단숨에 확장되고, 적과 동료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야기는 도덕적 깊이를 얻는다. 거인의 숲 전투의 완성도와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의 충격은 시리즈의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다소 아쉬운 것은 짧은 분량 탓에 일부 인물의 사연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점이지만, 이는 다음 시즌으로 향하는 기대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런 분께 추천

  • 1기의 충격을 경험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분
  •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서사를 선호하는 분
  • 거인끼리의 육탄전 같은 박력 있는 액션을 좋아하는 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