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옥자(2017) 후기 — 소녀와 슈퍼돼지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영화 포스터

옥자 (2017)

소녀와 슈퍼돼지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 ★★★★★ 4.0

by 10days1movie · 작성 2026-10-09

구분 영화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제이크 질렌할, 변희봉, 스티븐 연
개봉/공개 2017
장르 모험, 드라마, SF
러닝타임 120분

한 소녀와 거대한 돼지의 우정. 줄거리만 들으면 따뜻한 동화 같지만, 옥자는 그 다정한 외피 안에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다. 봉준호는 이 영화에서 가족 모험극과 자본주의 비판, 동물권 우화를 한데 버무린 뒤, 끝내 식탁 위에 올라오는 고기의 정체를 정면으로 들이민다. 즐겁게 웃다가 마지막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경험, 그것이 옥자가 노린 정확한 효과다.

어떤 영화인가 — 슈퍼돼지를 되찾으러 나선 산골 소녀

강원도 산골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녀 미자(안서현)에게는 옥자라는 둘도 없는 친구가 있다. 옥자는 거대 기업 미란도가 식량난 해결을 명분으로 만들어낸 유전자 변형 ‘슈퍼돼지’다. 미자와 옥자는 10년간 산과 들을 함께 누비며 가족처럼 자란다. 그러나 미란도는 가장 잘 자란 슈퍼돼지를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가고, 미자는 친구를 되찾기 위해 무작정 도시로 향한다. 그 여정에서 미자는 동물해방전선이라는 단체와 미란도의 잔혹한 실상 사이에 휘말리게 된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서 무언가를 응시하는 소녀 미자, 옥자 스틸컷

연출 — 산골 동화에서 도살장 직시까지

봉준호의 연출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데서 빛을 발한다. 전반부 강원도 산골 장면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킬 만큼 목가적이고 따뜻하다. 미자와 옥자가 함께 절벽을 구르고 물고기를 잡는 장면들은, 두 존재의 유대를 말없이 설득한다. 그러다 무대가 도시로 옮겨 가면 영화는 돌연 속도감 넘치는 추격극으로 변신하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도살장의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묵직한 드라마가 된다.

이 급격한 톤의 변화는 자칫 산만해질 위험이 있지만, 봉준호는 미자라는 인물의 시선을 일관되게 붙잡아 영화를 하나로 묶어낸다. CG로 구현된 옥자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옥자의 눈빛과 몸짓에 감정을 불어넣은 기술적 완성도 덕분에, 관객은 한 마리 동물의 운명에 진심으로 마음을 졸이게 된다.

연기 — 안서현의 순수와 스윈튼의 위선

당시 어린 나이였던 안서현은 영화 전체를 짊어지는 주연으로서 놀라운 안정감을 보여준다. 그는 옥자를 향한 미자의 절박함과 순수함을 과장 없이 그려내, 관객이 이 여정에 끝까지 동행하게 만든다.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환경 속에서도 그의 연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미란도 그룹의 CEO 루시를 연기한 틸다 스윈튼은 과장과 희화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위선을 풍자한다.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뒤로는 잔혹한 공장을 돌리는 기업가의 모순을, 그는 기묘한 미소와 화려한 무대 연기로 드러낸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하는 동물 다큐멘터리 진행자 역시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캐릭터로, 미디어가 동물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풍자한다.

돼지 옥자에게 몸을 기대고 다정하게 안긴 미자, 옥자 스틸컷

영화가 말하는 것 — 우리가 먹는 고기는 어디서 오는가

옥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피하기 어렵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영화는 동물을 ‘식량’이라는 추상적 단위로 다루는 산업 시스템과, 한 마리 동물을 친구로 여기는 미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충돌시킨다. 그 사이에서 관객은 평소 외면해 온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다만 봉준호는 채식을 강요하거나 손쉬운 교훈을 내놓지 않는다. 그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미자의 마지막 선택을 통해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평점과 평가

OMDb 기준 IMDb 평점은 7.3점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87%, 메타크리틱 점수는 75점으로 평단의 평가가 높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며 넷플릭스 영화의 극장 상영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비평가들은 봉준호 특유의 장르 혼합과 사회 비판, 그리고 옥자라는 캐릭터의 정서적 설득력을 높이 샀다. 톤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으나, 메시지의 힘만큼은 폭넓게 인정받았다.

환한 무대 위에서 손을 뻗으며 발표하는 미란도 그룹 CEO 루시, 옥자 스틸컷

총평

옥자는 즐거운 모험극으로 시작해 묵직한 질문으로 끝맺는 영화다. 화려한 볼거리와 따뜻한 우정 뒤에 자리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이 작품을 단순한 가족 영화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웃다가 울고, 끝내 식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 영화에 별 네 개를 준다. 봉준호가 가장 봉준호다운 방식으로 만든, 다정하면서도 잔인한 우화다.

이런 분께 추천

  • 오락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갖춘 영화를 좋아하는 분
  • 봉준호 특유의 장르 혼합과 풍자를 즐기는 분
  •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분

댓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