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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2016) 후기 — 식욕으로 그려낸 성장의 통과의례 영화 포스터

로우 (2016)

식욕으로 그려낸 성장의 통과의례

★★★★★ ★★★★★ 4.0

by 10days1movie · 작성 2026-10-11

구분 영화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
출연 가랑스 마릴리에, 엘라 룸프, 라바 나이트 우펠라, 로랑 뤼카, 조아나 프레스
개봉/공개 2016
장르 공포, 드라마
러닝타임 99분

채식주의자로 자란 소녀가 수의과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날고기를 입에 댄다. 그 한 입이 몸 안의 무언가를 깨우고, 그녀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쥘리아 뒤쿠르노의 장편 데뷔작 로우는 카니발리즘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앞세우지만, 정작 영화가 다루는 것은 한 사람이 자기 욕망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혼란이다. 공포 영화의 외형을 빌렸을 뿐, 그 속은 지독하게 솔직한 성장담이다.

어떤 영화인가 — 첫 날고기가 깨운 갈망

쥐스틴(가랑스 마릴리에)은 부모와 언니가 모두 거쳐 간 수의과 대학에 신입생으로 들어간다. 학교는 잔혹한 신고식으로 신입생을 길들인다. 선배들의 강요로 토끼의 생간을 삼킨 쥐스틴은 곧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고, 동시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식욕에 사로잡힌다. 처음엔 날고기를 향한 갈망이었던 그것은 점점 더 위험한 대상으로 옮겨간다. 먼저 같은 길을 걸은 언니 알렉시아(엘라 룸프)는 동생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지만, 그 이해가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신고식 직후 두드러기와 코피로 몸의 변화를 겪기 시작하는 쥐스틴, 로우 스틸컷

연출 — 감각을 피부로 옮기는 카메라

뒤쿠르노는 충격을 위한 충격에 기대지 않는다. 그녀의 카메라는 쥐스틴의 몸을 집요하게 따라가며, 가려움과 허기 같은 감각을 관객의 피부에 옮겨놓는다. 기숙사와 파티장의 차갑고 푸른 조명, 의대 특유의 무균질한 공간감은 점점 달아오르는 쥐스틴의 내면과 대조를 이루며 긴장을 키운다. 특히 신입생 환영 행사의 광기 어린 군중 장면은 한 개인의 욕망이 집단의 압력 속에서 어떻게 비틀려 터져 나오는지를 시각적으로 압축한다.

피와 살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전시하기보다 인물의 심리와 단단히 묶어둔다. 그래서 가장 끔찍한 순간조차 단순한 혐오가 아니라 슬픔이나 당혹으로 다가온다.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통제력이다.

연기 — 부끄러움과 매혹이 공존하는 얼굴

가랑스 마릴리에는 평범한 소녀에서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는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을 놀라운 설득력으로 그려낸다. 그녀는 욕망을 부끄러워하면서도 끝내 거부하지 못하는 모순을 얼굴 하나로 표현한다. 두려움과 매혹이 동시에 드러나는 그 표정이 영화 전체를 떠받친다. 언니 역의 엘라 룸프는 쥐스틴의 미래이자 거울 같은 존재로, 자매 사이의 애증과 동질감을 팽팽하게 끌어간다. 두 배우가 함께하는 장면들은 영화에서 가장 위태로우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가운을 입은 채 굳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쥐스틴의 얼굴, 로우 스틸컷

영화가 말하는 것 — 욕망과 더불어 사는 법

로우는 식욕을 빌려 성(性)과 정체성, 그리고 가족이라는 운명을 이야기한다. 쥐스틴이 마주하는 갈망은 단순한 식인 욕구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본성과 사회가 요구하는 절제 사이의 충돌이다. 영화는 그 충돌을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누구에게나 길들여지지 않는 욕망이 있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장면이 던지는 가족의 비밀은 이 모든 이야기를 한 번 더 뒤집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평점과 평가

OMDb 기준 IMDb 평점은 10점 만점에 6.9점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92%, 메타크리틱 점수는 100점 만점에 81점으로 평단의 지지가 뚜렷하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처음 공개된 뒤 신예 감독의 강렬한 데뷔로 큰 화제를 모았고,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와 주제 의식을 높이 사는 평이 주를 이뤘다.

침대 위에서 본능에 휩싸인 쥐스틴이 격렬한 충동에 사로잡힌 장면, 로우 스틸컷

총평

로우는 보기 편한 영화가 아니다. 어떤 장면은 눈을 돌리게 만들고, 어떤 장면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루는 혼란과 갈망은 결코 낯설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자기 안의 낯선 충동에 당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보편적인 감정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밀어붙여 정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4.0의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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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