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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마스크(2017) 후기 — 가면 뒤에 숨은 분노를 예술로 바꾼 전후 우화 영화 포스터

맨 오브 마스크 (2017)

가면 뒤에 숨은 분노를 예술로 바꾼 전후 우화

★★★★★ ★★★★★ 4.0

by 10days1movie · 작성 2026-10-16

구분 영화
감독 알베르 뒤퐁텔
출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 알베르 뒤퐁텔, 로랑 라피트, 닐스 아레스트럽, 멜라니 티에리
개봉/공개 2017
장르 드라마, 범죄, 전쟁
러닝타임 113분

전쟁이 끝났다고 모두에게 평화가 온 것은 아니다. 맨 오브 마스크는 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직후, 살아남았지만 얼굴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 사실을 처연하게 그려 낸다. 원제 ‘오 르부아르 라오’는 죽은 전우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에서 따온 말이다. 화려한 미술과 슬픈 유머, 그리고 분노가 한데 뒤섞인 이 영화는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는다. 동화 같은 외피 안에 날카로운 비판을 숨긴 솜씨가 인상적이어서 ★4.0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어떤 영화인가 — 얼굴 잃은 화가가 꾸미는 추모비 사기극

종전 직전, 출세에 눈먼 지휘관이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다. 이 학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젊은 화가 에두아르는 포탄에 얼굴 아래쪽을 잃고, 동료 알베르가 그를 구한다. 전쟁이 끝난 뒤 두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국가도 사회도 이들을 외면한다. 에두아르는 망가진 얼굴을 화려한 종이 가면으로 가린 채 세상과 등지고, 두 사람은 전사자 추모비를 둘러싼 거대한 사기극을 꾸민다. 영화는 이 복수극을 따라가면서, 전쟁 영웅을 기리는 척하며 잇속을 챙기는 사회의 위선을 정조준한다.

작업실에서 알베르와 어린 소녀가 새 모양 가면을 쓴 에두아르를 마주 보는 장면, 맨 오브 마스크 스틸컷

연출 — 가면이 대사를 대신하는 색채의 세계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알베르 뒤퐁텔의 연출은 과감하고 화려하다. 색채와 미술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전후의 비참함과 환상적인 가면의 세계를 동시에 펼쳐 놓는다. 카메라는 폐허가 된 참호를 훑다가도 어느새 화려한 무도회장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런 톤의 진폭은 자칫 산만해질 위험이 있지만, 뒤퐁텔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아 균형을 지켜 낸다. 특히 에두아르가 직접 만든 가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 작품이자, 말을 잃은 그가 세상에 건네는 유일한 언어로 기능한다. 새와 짐승, 광대를 닮은 그 가면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인물의 감정을 대신 말해 주며,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

전쟁 장면과 후반의 사기극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는 참호의 진흙과 포연을 사실적으로 그리다가, 이후 파리의 화려한 거리로 무대를 옮기며 색의 온도를 완전히 바꾼다. 같은 인물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도 공간에 따라 화면의 질감이 달라지는 이 대비가, 살아남은 자들이 두 세계 사이에 끼어 있음을 시각적으로 일러 준다.

연기 — 눈빛만으로 절망과 장난기를 오가다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는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에두아르의 절망과 장난기, 분노를 모두 표현해 낸다. 얼굴 아래쪽이 가려진 상태에서 이만큼 풍부한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뒤퐁텔이 연기하는 알베르는 소심하고 평범한 인물이지만, 친구를 향한 의리와 죄책감을 묵직하게 그려 영화의 정서적 중심을 잡는다. 부패한 지휘관 역의 로랑 라피트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인물의 뻔뻔함을 서늘하게 표현해 관객의 분노를 자극한다.

종전 직후 군중 속에서 장교가 제대하는 병사를 마주하는 장면, 맨 오브 마스크 스틸컷

영화가 말하는 것 — 죽은 자는 기리고 산 자는 버리는 사회

맨 오브 마스크의 핵심은 전쟁이 끝난 뒤 남은 자들의 이야기다. 국가는 죽은 자를 영웅으로 추켜세우며 기념비를 세우지만, 정작 살아 돌아온 상이군인은 거리로 내몬다. 에두아르의 가면은 그렇게 버려진 자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조용한 항의이자, 동시에 자신을 지키는 방패다. 영화는 복수극의 형식을 빌리되, 그 끝에서 분노보다 슬픔과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 화려함 속에 깃든 애도의 정서가 오래 남는다.

평점과 평가

OMDb 기준 IMDb 평점은 7.4점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94퍼센트로 평단의 호평이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프랑스 세자르상에서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미술과 연출, 각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화려한 비주얼과 묵직한 주제를 함께 잡아낸 점이 평단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묘지에서 흰 십자가들 사이로 모자 쓴 남자가 도약하듯 걷는 장면, 맨 오브 마스크 스틸컷

총평

맨 오브 마스크는 전쟁 영화의 비장함과 동화 같은 환상, 그리고 사회 풍자를 한 그릇에 담아낸 독특한 작품이다. 톤의 진폭이 큰 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과감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면 뒤에 숨은 한 남자의 분노가 끝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발견할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이런 분께 추천

  • 화려한 미술과 비주얼이 돋보이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 전쟁의 상처와 그 이후를 다룬 드라마에 관심 있는 분
  • 비극과 유머가 뒤섞인 독특한 톤의 작품을 찾는 분

댓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