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후기 — 이름을 빼앗겨도 잃지 않는 것 영화 포스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1)

이름을 빼앗겨도 잃지 않는 것

★★★★★ ★★★★★ 5.0

by 10days1movie · 작성 2026-06-04

구분 영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출연 히이라기 다이스케, 이라 나나코, 나츠키 마리
개봉/공개 2001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판타지
러닝타임 124분

지브리 최고의 작품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결국 이 영화로 돌아오게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1년에 내놓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고 오랫동안 일본 역대 흥행 1위를 지킨 작품이다. 별점은 ★5.0. 보는 내내 숨이 막히고, 다 보고 나서도 한참을 그 세계 속에 머물게 된다.

어떤 영화인가 — 이름 빼앗긴 소녀의 신들의 세계

열 살 소녀 치히로는 이사 도중 부모님과 함께 이상한 터널을 지나다 신들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부모님은 음식을 탐하다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홀로 그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마녀 유바바가 운영하는 거대한 온천장에서 일자리를 얻는 대신 자신의 이름을 빼앗겨 ‘센’이 된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낯설고 두려운 세계에서 조금씩 발판을 마련해 나간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 세계가 품고 있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온천장 곳곳을 채우는 기묘한 신들, 이름을 빼앗는 계약의 의미, 강의 신이 더러운 몰골로 찾아오는 장면, 가오나시가 폭식 끝에 스스로를 잃어 가는 모습, 하나하나가 일본 신화와 민간 신앙, 그리고 현대 소비 사회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치히로와 가오나시가 나란히 앉아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 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연출 — 설명하지 않는 작화와 히사이시의 선율

미야자키의 연출이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설명하지 않음’을 선택할 때다. 온천장 내부의 구조, 신들이 살아가는 방식, 가오나시가 무엇인지, 영화는 이것들을 해설하는 대신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게 두고, 관객이 스스로 흡수하도록 내버려 둔다. 덕분에 세계가 실제로 거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화의 밀도는 압도적이다. 온천장 내부를 오가는 수많은 캐릭터들, 개구리 신, 민달팽이 같은 직원들, 매끈한 몸체의 가오나시, 이 제각각의 움직임으로 화면을 채운다. 치히로가 거대한 보일러실로 내려가는 장면이나, 해수면 위를 스치듯 달리는 기차의 풍경처럼, 배경 미술 하나하나가 그림으로서도 완전하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영화의 흐름과 거의 하나로 붙어 있다. 「いつも何度でも(항상 몇 번이고)」는 이 영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귀에 들리는 선율이 될 만큼, 장면과 감정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영화가 말하는 것 — 이름, 정체성, 그리고 연결

치히로는 처음에 별로 매력 없는 주인공이다. 투덜대고, 겁먹고, 아무것도 못한다. 그 점이 오히려 이 영화를 단단하게 만든다.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운 채로 그냥 걷기 시작하는 아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치히로의 성장은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하루하루 제 몫을 해내는 작은 선택들이 쌓인 결과다.

하쿠는 이름을 잃어버린 존재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은 채 유바바 아래서 심부름꾼으로만 살아가는 그를, 치히로는 그가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을 대신 불러 준다. 영화는 이름, 즉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잊혀지거나 빼앗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되찾을 수도 있다고 한다.

가오나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슬픈 존재다. 원하는 것이 있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못하고, 먹고 또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를 진지하게 대해 준 사람이 치히로뿐이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이 영화가 연결과 인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작업복 차림의 치히로가 붉은 다리 위에 혼자 서서 온천장을 올려다보는 장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평점과 평가

평단과 관객 모두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다. IMDb 평점은 8.6/10이고,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96%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2003)은 물론,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도 받았다, 애니메이션이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일본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지금도 미야자키의 대표작이자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기준점으로 거론된다.

물 위에 반영되며 빛나는 온천장 마을의 야경,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스틸컷

총평

처음 봤을 때와 다섯 번째 봤을 때 느낌이 다른 영화다. 어릴 때는 기묘하고 신나는 모험으로 읽히고, 나이가 들면서는 정체성과 노동, 성장의 이야기로 다시 읽힌다. 그 층위들이 겹쳐 있기 때문에 볼 때마다 새롭고, 그래서 오래된 작품인데도 여전히 현재형으로 이야기된다. 별점 ★5.0이다.

이런 분께 추천

  • 지브리를 처음 접하거나 다시 제대로 보고 싶은 분
  •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앉아서 각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
  • 화려한 서사 대신 세계 그 자체에 빠져드는 경험을 원하는 분

댓글